죽다가 살아난 우리 잭
우리 잭은 올해 열네 살이다. 미니어처 슈나우저와 말티즈가 섞인 작은 강아지지만, 나에게는 강아지라기보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아들이나 다름없다.
평소에도 입맛이 까다로운 잭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잇몸이 아프고 몸이 힘들어지면서 좋아하던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약을 먹은 뒤에는 식욕까지 더 떨어졌다. 밥그릇 앞에 데려다 놓아도 냄새만 맡고 돌아서는 잭을 보며,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철렁했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소고기를 잘게 다져 흰쌀과 오래 끓여 죽을 만들고, 좋아하는 연어와 한국 고구마도 준비해 보았다. 그래도 먹지 않으면 오리 육포를 곱게 갈아 음식 위에 뿌려주었다. 한 숟가락을 먹으면 기뻐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면 또 걱정했다. 잭의 식사량에 따라 내 하루의 기분도 함께 오르락내리락했다.
나이가 많은 강아지라 치료와 마취를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무엇이 잭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인지 계속 고민하면서, 우선 통증을 줄이고 기력을 되찾게 하는 데 집중했다. 밤에도 여러 번 잭을 살펴보고, 편하게 잘 수 있는지 확인했다. 몸이 약해져 침대에서 떨어진 뒤에는 계단을 치웠고, 걷기 힘든 날에도 바깥 공기를 맡을 수 있도록 유모차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 대한 불안이었다. 잭처럼 나이가 많고 몸이 약해진 아이를 계속 맡겨도 괜찮을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으로 다른 동물병원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병원의 진료 방식과 검사 장비, 노령견 치료 경험을 하나하나 비교했고,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너 군데 병원까지 직접 찾아가 보았다.
필요한 약도 계속 처방받아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약 먹이는 시간을 확인하고, 일지를 쓰듯 복용 시간과 잭의 상태를 꼼꼼하게 적었다. 언제 약을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그날 기운은 어땠는지 계속 기록했다. 혹시 내가 무언가를 놓쳐서 잭이 더 아파질까 봐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미 힘든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고, 검사받게 하고, 싫어하는 약을 먹이면서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했다. 치료를 해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 욕심 때문에 고생시키고 있는 것인지 혼자 수없이 고민했다.
가족들은 잭도 걱정했지만, 밤낮없이 병수발하는 나를 더 걱정했다.
“그러다 잭보다 언니가 먼저 가겠어.”
농담처럼 하는 말이었지만, 실제로 그만큼 나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잭에게 매달려 있었다. 잭이 조금만 움직여도 들여다보고, 먹지 않으면 또 다른 음식을 만들고, 약 먹일 시간이 되면 시계를 확인했다. 잭이 아픈 동안에는 내 생활도 함께 멈춘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이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먹는 모습을 보는 순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조금씩 기운이 돌아왔고 입 냄새도 많이 줄었다. 유모차를 타고 밖에 나가 주변을 구경하는 잭의 얼굴도 다시 편안해졌다.
다른 사람이 보면 “아픈 강아지가 조금 나아진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죽다가 살아난 우리 잭이었다. 그리고 잭만 살아난 것이 아니라, 잭과 함께 숨을 죽이고 지내던 나도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열네 살이면 어린 강아지는 아니지만, 나는 잭에게 나이를 묻지 않는다. 오늘 잘 먹고, 편안히 자고, 바람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즐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 역시 잭이 원하는 속도를 존중하며 함께 천천히 나이 들어가고 싶다.
반려동물과 오래 살아본 사람은 안다. 우리가 그들을 돌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이 우리 마음을 지켜주며 살아왔다는 것을.
오늘도 잭은 자기 자리에서 편안히 쉬고 있다. 나는 그런 잭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한다.
“우리 잭, 다시 잘 먹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엄마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
여러분에게도 아플 때 밤잠을 설치며 지켜준 반려동물, 또는 오랜 세월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아이가 있나요?
우리 아이들의 사진과 소중한 이야기를 반려동물 이야기에서 함께 나눠주세요.

